한양 서소문안에 홍덕룡이라는 이가 살았다 그의 자는 홍순언으로, 그는 통사중에 명망이 높고 마음이 어질고 활달했다. 홍덕룡은 상사,부사를 따라서 통사의 직책으로 중국 명나랑 들어가게 되었다 통사는 중인으로 명나라 사람들과 말을 통하는 통변의 업무만을 맡는 것이다.
홍통사는 동행하는 통사들과 함께 북경 거리를 구경하다가 창루를 거닐게 되었는데 우연히 창루 한 곳에 이른 일행이보니 '하룻밤에 1천금을 주어야 손을 모시겠다"는 글발이 적혀 붙어 있었다(여느 창루의 백 갑절이나 되는 호된 값이다) 일행은 깜짝 놀라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지만 홍통사는 "오입을 할 테면 한 번 천하일색을 구해 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예 그만두는 게 옳지. 하하하..." 하며 천금을 지체치 않고 품속에서 내놓은 홍통사를 보자 진정으로 천하에 제일가는 대인으로 본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 창루에는 1천금을 값으로 정하여 달아 놓은 지 이미 석달이건만 원체 돈이 크다보니 같은 명나라 사람끼리도 감히 이 집을 찾아오는 이가 한 사람도 없었다...
홍통사는 한편 손으론 여인의 손을 잡은 채 다시 한 팔을 들어서 여인의 허리를 감았다. 이 순간, 여인은 바들바들 떨며 온몸엔 땀이 흘러 젖었다 여인은 모든 것을 체념했는지 아무런 앙탈이 없이 그대로 몸을 내맡기고 있을 뿐이다. 붙들면 붙드는 데로 잡히면 잡히는대로...그러나 여전히 오들오들 떨었다.... 천하절색이란 말과 처녀라는 소리에 무한한 호기심과 호탕한 흥미를 가졌던 홍 통사는 막상 여인의 안타까운 태도를 목도해 당하고 보니 별안간 커다란 마음의 가책을 아니 느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일이오 내력을말씀하시고 도대체 당신은 이런 데에 나올 사람이 아닌데." "소녀의 아버님은 간신 무리의 중상함을 받아 온 집안 재산을 적몰당하고 사형에 처하게 되었지요. 이러하여 어찌할 도리 없이 소녀는 몸을 팔았사옵니다. 이리하여 아버님은 겨우 돌아가시는 것을 모면하시고 귀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연을 듣고 감동을 받아서 이 어린 효녀를 진흙 구렁이 창루 속에서 건져 내는 의협한 생각이 마음속에 벅차게 일어났다.
그래서 이 집에 팔린 몸값을 물의니 3천 냥이라하여...나머지 2천냥만 더내면 이곳을 나갈 수 있다고 하니 홍통사는 이 가륵하고 깨끗한 처녀를 마굴 속에서 건져 내나하고 머리를 짜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홍통사는 자는 동료들에게 1천금씩(사신 행차할 때 1인당 1천금의 공금이 주어졌음)을 빌려 달라해서 그 돈으로 갚고 갸륵한 소녀를 구해내게 된다 그렇게 구해내자 여인은 감격하여 이름을 물었으나 통사는 소매을 뿌리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청루를 나왔다. 그래서 여인은 다른 동료에게서 이름을 확인하고 헤어지게 되고...
홍통사는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가산을 정리하여 1천금은 갚았으나 나머지 2천금을 갚지 못해 3년간 감옥을 살게 되는데............
이런 홍통사와 여인의 인연은 앞으로의 동북아 역사에 커다란 방향의 계기가 된다....
- 임진왜란(박종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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